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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에 빠져버린 대한민국

바다이야기

바다이야기에 빠져버린 대한민국


뒷골목을 장악해 가는 ‘바다이야기’의 불길한 냄새를 몇몇 언론이 포착했다. 2005년 7월 8일자, 한겨레의 <영등위 덕에 ‘봇물 터진’ 성인오락실 새벽풍경>이라는 기사를 살펴보자.


6일 밤 10시쯤 서울 은평구 연신내의 오락실. 귀를 때리는 팡파르 속에 오락실 직원의 축하방송이 울렸다. 내기 돈 100원에 1만배인 100만원이 터진 것이다. 오락실을 메운 손님들의 충혈된 눈도 그쪽을 향했다. 22번 자리의 ‘바다이야기’ 게임기는 그때부터 2만원과 1만원짜리 ‘잭팟’을 연이어 터뜨렸다. 옆에 달린 상품권 지급기에선 5천원짜리 상품권이 30분 이상 쏟아졌다.


바다야기는 엄연히 합법적인 게임기였다.


이런 난장판에 경찰이 출동해도 소용이 없었다. 진짜 문제는 바다이야기 는 합법적인 게임기였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바다이야기에서는 현금이 나오지 않았다. 잡다한 경품용 상품권이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문화상품권’ 같은 일반적인 상품권이었지만, 곧 실제로는 아무 가치가 없는 ‘딱지’ 상품권이 등장했다.


이 상품권을 근처 ‘교환소’(이들은 엄연히 자신들은 독립된 사업자이며 성인오락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 주장했다)에 들고가면 ‘명목상’으로는 라이터 같은 잡다한 물건으로, 실제로는 일정 수수료를 제하고 현금으로 바꿔주는 식이었다. 어차피 다른 곳에 가져가서 쓸 데도 없으니 오로지 환전을 위한 상품권이었다.


현금이 나오지 않으니 도박이 아니라는 핑계도 핑계였지만, 더 큰 문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허술함에 있었다. 이 시기 모든 게임의 등급분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산하 게임 소위원회들이 맡고 있었다. ‘바다이야기’는 엄연히 대한민국 영상물등급위원회 아케이드게임소위의 등급결정을 받은 게임이었다. ‘황금성’, ‘남정’, ‘오션 파라다이스’ 등 다른 게임들도 버젓이 등급분류심의를 통과한 합법적인 게임이었다.


사실 그 전해인 2004년에도 영상물등급위원회 아케이드게임소위를 통과한 ‘합법적인’ 게임들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차 사장이 공격적인 투자를 벌였다가 위기에 몰린 그 스크린 경마 게임들이었다. 스크린 경마 게임은 문광부의 개입으로 급격히 사그라 들었지만, 문지기 역할을 해야 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매 번 꾸벅꾸벅 졸고 있는 꼴이었다.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명목상 영화, 게임, 음악 등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문화매체를 심의하는 곳이었지만, 실제로는 전문성이 부족했고 등급분류도 건성건성이나 다름없었다. ‘바다이야기’ 제조사를 포함해 몇몇 아케이드 게임 제작사들은 명목상으로는 ‘법을 준수한다’고 해놓고,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연타 기능을 게임에 집어넣고 있었다. 법률에 정해진 1회 최고 당첨금은 2만원에 불과한데, ‘연타’ 기능은 게임에 특정 상징물(고래같은)이 나타나면 그 이후로는 일정 시간이나 횟수동안 최고 당첨금이 연속해서 터지는 식이었다.



수산어시장에 자리잡은 바다이야기 게임장


예를 들어, 5초에 한 번 릴이 돌아가는 게임기에서 고래가 한 번 등장한다면 이후 연타 기능이 500초(혹은 100번) 동안 작동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 게임기의 최고 당첨금은 2만원이 아니라 당연히 2백만원이 된다. 실제 ‘바다이야기’ 등을 운영하는 업소도 그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고래가 떴다”며 최고 당첨금액을 써서 벽에 붙여 놓기도 했다.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는 이런 연타기능을 사전에 잡아내지 못할 정도로 허술했다. 그냥 게임 제조사가 낸 설명서를 대충 읽고 등급분류를 해 주는 식이었다. (왜 이런 식의 허술한 등급분류를 했는지에 대한 진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진다.) 심지어 ‘바다이야기’ 같은 아케이드 게임이 뒷골목에 번져 나가고 이제는 언론을 타기 시작한 시점에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몇몇 언론에서 바다이야기 의 실태를 다루고 조금씩 문제가 되자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앞으로는 과도한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은 등급분류에서 열외시키겠다.”라고 발표했지만, 그 전에 통과한 게임들에 대해서는 재심의나 등급분류 취소를 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러니 경찰이 아무리 출동해도 성인오락실 사업자가 합법적인 사업자인지, 고작 게임기에 심의필증이 붙어있는지 정도만 확인하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합법적으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기를 허가를 받은 사업주가 운영하는데 어떻게 경찰이 손을 댈 수 있단 말인가? 경찰도 거듭되는 성인오락실 신고에 사후대책 없는 영등위를 탓하며 난감함을 표할 정도였다.


성인 오락실 사장드링 선금을 싸들고 바다이야기를 구하러 왔다!!


대박. 그리고 또 대박


바다이야기가 대한민국을 잡아먹고 있는 사이, 가장 신난 사람은 역시 차 사장이었다. 바다이야기 하나로 대박을 터트렸다. 2004년 A사의 매출액은 60억원 남짓이었는데, 2005년 상반기 동안만 36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바다이야기’ 하나로 6개월만에 회사가 여섯 배나 성장했다. 직원 월급도 못 주고 사장이 사채까지 끌어다 쓰던 망하기 직전의 회사는 사람이 모자라 50여명을 더 뽑았다.


고급 ‘바다이야기’ 기계는 당시 최신 제품인 대형 LCD등을 사용해 한 대에 700만원이 넘어가는 꽤 비싼 기계였는데도, 업주들은 선금을 싸들고 와서 ‘바다이야기’ 기계를 제발 팔라고 아우성이었다. ‘바다이야기’ 물량을 공급할 수 없어 생산 공장을 증설할 정도였다. 그러고도 일손이 모자라 아예 ‘바다이야기’ 생산 만을 위한 자회사까지 차렸다.


당시 바다이야기 게임 기계 들은 생각보다 비쌋다. 대당 700만원에서 비싸게는 1000만원정도했다.


‘바다이야기’가 돈이 된다는 소문은 더욱 빠르게 퍼져 나갔고, 동업자끼리 수 억 원의 자본을 모아 바다이야기 수 십대를 갖춘 초대형 성인 오락실도 시내 한복판 번화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본이 빵빵한 사업자는 번화가에 ‘바다이야기’ 횟집(?)을 차렸고, 조금 돈이 딸리는 사업자는 구식 게임기를 중고로 사다가 주택가의 허름한 상가에 ‘횟집’을 개업하기 시작했다.


‘바다이야기’ 효과는 실로 엄청났다. 2005년 말에 접어들면,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오락실은 1만 3천여개였는데 이 중 1만 1천여곳이 ‘바다이야기’류의 성인 경품 오락실이 차지하고 있었다. 추정 규모는 40조원에 달했다. 얼마나 ‘바다이야기’가 팔려 나갔는지 자재를 공급하는 LCD 업체들도 덩달아 호황을 누릴 정도였다.


성인오락실을 차린 업주들, (명목상의) 상품권을 팔던 회사들, (명목상으로 오락실과 아~무 관계가 없는) 상품권 환전상, 그리고 ‘바다이야기’를 제작한 차 사장과 심지어 LCD 업체까지 모두가 행복했다. 아, 성인 오락실에 빠져 그 날 번 일당까지 몽땅 털어 넣는 사람들만 빼고 말이다.


바다이야기 게임기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다!


바다이야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것이다. 이 기술은 일본을 앞선다. 자부신을 가져도 좋다는 것이다.


파멸의 시간


어느 새 주택가까지 넘실거리기 시작한 이 횟집 아닌 횟집들을 보며 시민들도 서서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2006년 상반기까지 ‘바다이야기’는 여전히 ‘핫 아이템’이었다. 얼마나 수요가 넘치는지 ‘야마또’ 같은 아류작 들도 엄청나게 팔려 나갔고, ‘바다이야기’를 불법복제한 제품까지 시중에 나돌고 있었다.


스크린경마 때처럼 ‘바다이야기’가 또 다시 정부의 규제를 받으리라 예상해, 비슷한 아이템을 들고 ‘PC방’으로 진출하는 부류도 있었다. 정부는 성인오락실의 영업시간 제한 등 몇 가지 규제를 내놓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2006년 한 해도 ‘바다이야기’의 해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파멸은 눈 앞에 다가와 있었다. 대한민국 검찰이 칼을 갈며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을 뒤흔든 ‘바다이야기’의 제2막이 시작되었다.


이후 바다이야기 게임은 모바일바다이야기 로 진화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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