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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사태



스팀 등급분류 이슈를 조사하며 이상헌 의원이 강조한 발언입니다. 미심의 스팀게임들의 제재 우려는 해소됐지만, 근본 문제인 구식 게임법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죠. 그밖에 하태경, 전용기 등 21대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이 SNS로 게임심의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때마침, 개선을 향한 움직임은 올해 들어 커졌습니다. 문체부는 5월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심의제도 추가 개선을 예고했고, 20대 국회부터 친게임 의원들을 중심으로 게임법 전면 개정안 논의가 이어져온 시점입니다.

심의제도가 뿌리부터 바뀌지 못했던 이유는 명확하게 꼽힙니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입니다. 세대에 따라서는 "왜 도박장 사건으로 게임 심의가 망가졌느냐"는 의문을 가질 만도 합니다. 바다이야기가 무엇인지, 왜 국가적인 이슈가 됐는지, 지금까지 그늘이 드리운 이유는 무엇인지 정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상품권을 건 도박의 탄생

발단은 2001년, 경품성 상품권의 허용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관광업계가 상품권의 경품화 허용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진통 끝에 월드컵이란 국민적 과제 앞에서 문화상품권의 경품화가 허용된 것이죠.

당시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경품성 상품권이 도박형 게임장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을요. 2004년 국내에서 출시한 파친코 기기 바다이야기가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기름을 부었습니다. 바다이야기 게임장이 동네마다 하나씩 들어설 정도로 말입니다.

왜 바다이야기가 치명적이었을까요? 겉보기에는 일본의 보편적인 파친코 기기와 흡사한 형태를 가집니다. 이것만으로도 중독성이 강했는데, 처음부터 바다이야기는 거기에 빠진 사람이 절대 돈을 벌 수가 없는 구조였습니다. 게다가 추가적인 확률 조작도 아주 간단했거든요.

법망을 피한 비결은 상품권이었습니다. 바다이야기 기기 자체는 배팅 보상으로 현금이 아닌 경품을 지급합니다. 하지만 업장과 상관 없어 보이는 환전소에서 상품권을 현금으로 몰래 교환해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카지노 게임칩의 음지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결국 수많은 피해자들이 도박에 빠져 빚을 지고 가정파탄에 이르게 됐습니다. 목숨을 끊는 경우도 다수 나왔습니다.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점차 도마 위에 올라왔고,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을 때는 이미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진 뒤였습니다.




* '게임'과 묶여버린 바다이야기

수많은 유저들 시각은 이런 도박기기들이 같은 게임이라고 보기 어렵죠. 그러나 바다이야기는 명목상 '게임'이었습니다. 그것이 비극이 시작된 지점입니다. 게임 전문성 없이 순수하게 법을 다루거나 행정을 집행하는 시각에서는 스카이림과 바다이야기가 비슷한 존재로 묶여버린 셈입니다.

상품권이 사태 증폭기였다면, 방아쇠는 게임 심의를 함께 담당하던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당겼습니다. 바다이야기에 탑재된 메모리, 연타, 대박예고 시스템은 당시 법으로도 절대 용인되지 않는 기능이었습니다.

합법적 성인 게임은 결과 데이터가 매번 리셋되는데, 바다이야기는 그대로 데이터를 기억한 채 배당을 올리도록 만들어 극단적인 도박성을 갖춘 것이죠. 그런데 당연히 심의 과정에서 차단했어야 할 영등위가 바다이야기를 그대로 통과시켰고, 경찰에게 숨기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졌습니다.

그로 인해 영등위를 포함한 문화부 핵심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영등위는 게임 심의 권한이 사라집니다. 이어 게임물등급위원회(게등위)가 급히 출범해 게임 심의를 전담하게 됐습니다. 이후 이름과 체제가 바뀌면서 지금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당시 바다이야기와 연계된 상품권 규모를 말하면, 사태의 스케일이 피부에 체감됩니다. 사태 이전까지 1년간 발행된 경품 상품권 유통액이 최소 30조원. 2006년 한국 정부 총예산의 30%에 육박합니다. 그중 상당수 비율을 성인용 게임장이 차지합니다. 불법으로 드러나 압수한 상품권은 모두 폐기했습니다. 그 거대한 비용이 한순간에 증발해버린 셈입니다.

* 바다이야기, 게임계의 이야기를 멈춰버리다

결국, 바다이야기 사건은 정치계에서도 2006년을 관통하는 핵심 공방이 됐습니다. 국무총리가 정책실패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수준까지 파장이 커졌습니다.

2007년 1월 개정된 게임법에, 사행성 게임을 합법적 게임 범주에서 아예 제외하고 등급을 보류해 유통을 차단하는 항목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바다이야기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불법은 항상 합법인 척 법망을 피해가려 하죠. 그전까지 사후 민간심의가 게임계에서 추진되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바다이야기 우려를 통해 완벽하게 묻혔습니다.

더군다나, 온라인게임의 발달로 어려움을 겪던 아케이드 오락실 업주들 상당수가 바다이야기를 통해 성인용 게임장으로 형태를 바꿨다는 점도 치명적이었습니다. 아케이드게임 산업은 초토화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고, 그 여파는 지금도 이어집니다. 오래된 심의법에 의해 가장 큰 제약을 받고 있는 분야가 아케이드 산업입니다.

게임중독 프레임을 굳히게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합니다. 게임중독 약물 치료를 주장하고 질병코드 등재에 찬성하는 단체에서 바다이야기 시기의 논리는 아직도 가끔씩 등장합니다. 연구 자료 근거 중 도박형 게임을 일반 게임 분류와 혼재시켜 답을 도출한 사례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게임 심의는 세계적 기준에서 관대하다고 평가받습니다. 특히 선정성은 청소년 이용불가를 달면 통과되는 분위기고, 폭력성도 팍팍하게 잡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단 하나, 사행성 심의는 세계 주요 국가 중 단연 가장 엄격합니다. 굳이 넘어가도 될 부분까지 금지하는 수준이죠. 바다이야기 여파가 남긴 대표적 흔적입니다.

게임위가 압수 보관하고 있는 불법 도박장 게임기기들

* 바다이야기 '잔당'들은 아직도 활동 중

게임심의법 개정이 골치아픈 이유는 바다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도박에 빠진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고, 욕망을 판매해 돈을 벌기 위한 세력 역시 끊임없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불법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듭니다. 다채로운 변종 도박장이 '게임장', '게임랜드' 등의 간판을 달고 게임사업의 탈을 쓴 채 어느 한 구석에서 운영되고 있죠.

현재 게임위의 가장 큰 활동 영역도 불법 사행성게임 단속입니다. 작년 하반기 간담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8월까지 불법 환전과 기기 개변조를 일삼는 125개소를 단속해 5,142대 불법게임기를 압수했습니다. '적발' 규모만 이 정도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아직도 얼마나 많은 도박장이 음지에 숨어 활동 중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거든요.

여기에 신종 골칫거리도 등장했습니다. 바로 블록체인과 접목한 사행성게임 모델입니다. 가상화폐는 정부에서 모두 통제할 수 없고 돈의 흐름을 추적하기 어려우며 가치가 유동적인 데다가 개발사가 생산 및 유통이 가능해 악용되기 쉽습니다. 심지어 해외 서버에서 글로벌 단위로 운영할 경우 단속 난이도는 치솟게 되죠.

물론 블록체인을 활용한 모든 게임이 도박의 형태는 아니고 기술적 가치도 높습니다. 그러나 제2의 바다이야기들이 가상화폐를 카지노의 '환전 칩'으로 악용하거나, 게다가 그것을 겉보기에 평범한 게임처럼 포장할 경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가 되어 자칫하면 크게 터질 수 있습니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모아야

"사후심의와 비의무화를 담은 개정안 필요성은 계속 이야기됐다.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도박게임물이 계속 법망을 피하고 있고, 해외 게임사 악용 가능성도 크다. 우선은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필요하다."

다수의 법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입니다. 바다이야기의 그늘은 아직도 게임계를 가리고 있습니다. 자율 및 민간심의 확대 등으로 조금씩 개선된 분야도 있지만, 근본 법체계를 바꾸려 들면 '악용 우려'라는 장벽에 가로막혔죠. 그 결과, 게임 등급분류는 지금까지 세계에 한참 뒤떨어진 채 막혀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순수 게임과 도박물을 법적으로 어떻게 나누느냐, 그리고 도박물이 그 선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을 방법은 무엇이냐. 핵심 과제입니다. 게임사들의 각성도 필요할 겁니다. 사행성을 연상시키는 시스템을 게임 속에 채용하는 행태가 멈추지 않는다면 도박과 분리되는 길은 점점 희미해질 테니까요.

바다이야기 사태에서 강산이 한번 바뀐 지 오래입니다. 우리는 그날의 교훈에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각계각층에서 쌓인 경험을 들고 모여서 최선의 안을 만들어볼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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